• 독자칼럼 / 독자투고 보내실 곳 : people@mk.co.kr
  • 문의 : 여론독자부 02) 2000-2386
  • 신문사 / 기자 안내전화 : 02) 2000-2114
글쓰기는 MK회원만이 가능하므로, 비회원께서는 회원가입(무료)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신문 구독, 배달 관련 문의는 신문독자 서비스센터에서 해 주시기 바랍니다.
독자의견 게시글 상세보기
기고;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에 대한 단상
작성자김덕수(공주대 교수) 작성일2015-09-24 01:32:07 추천0 조회1169

역사 교과서의 국정화에 대한 단상

최근 역사교과서 발행체제에 대해 말들이 많다. 그런데 문제는 한국의 국사학계가 진정한 자기반성 없이 '국정화=유신회귀' 논리를 주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좌파정권 때, 역사교과서를 국정에서 검인정체제로 전환시킨 것은 역사교과서와 역사교육의 다양화를 추구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검인정체제의 역사교과서는 계급투쟁에 기초한 민중사관 일색이었다. 그것에 반발해서 집필한 교학사의 역사교과서는 좌파 역사교수, 좌파 역사교사, 좌파 시민단체들의 집요한 방해공작으로 단 1곳도 채택되지 못하는 불상사가 일어났다. 다양성의 정신을 철저하게 짓밟은 사람들이, 또 그들은 암묵적으로 동조하는 사람들이 지금 역사교과서의 국정화를 반대하는 것이다.

그럼 좌파 역사교수와 역사교사가 집필한 역사교과서가 가치중립적인 관점에서 공정하고 정직하게 집필되었는가?하면 결코 그렇지 않다. 그렇게 된 데는 교육부의 직무유기가 한몫 했다. 그러나 뜻있는 분들의 잇따른 지적에 제정신을 차린 교육부가 부랴부랴 기존 역사교과서의 내용수정을 요구하자 교과서 집필진들은 법적 소송까지 불사하는 오만불손한 모습을 연출했다. 그것이 역사교과서의 국정화 문제를 불러일으킨 주범인 것이다.

필자 역시 개인적으로 역사교과서의 국정화에 반대한다. 그것이 시대적 흐름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기반성과 자기혁신 없이 국정화에 반대하는 세력들에 대해서도 심히 유감스럽다. 비판과 반비판이 활발하게 일어나지 않는 학계는 획일적인 사회이고 병든 사회다. 또 그런 사회에서는 진정한 학문의 발전도 기대하기 어렵다. 내부가 병들었다면 외부의 건전한 세력들이 가세해서 그 환부를 도려내는게 차선이다. 역사교과서의 집필도 그렇게 되기를 바라면서 다음 사항을 제안한다.

첫째, 검인정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되 교과서 집필진들이 제멋대로 역사교과서를 왜곡해서 집필할 수 없도록 집필대강을 아주 세밀하게 정해주어야 한다. 어떤 경우에도 집필대강은 우리나라 헌법의 가치와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훼손당하지 않도록 작성되어야 한다. 만약 이것이 조금이라도 훼손될 경우에는 1차로 수정을 요구해서 수용하면 통과, 거부하면 가차 없이 탈락시켜야 한다. 왜냐하면 역사교과서는 어느 한 개인의 논문이 아니고 수십만의 학생들이 함께 공유해야 할 우리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또 집필대강을 정하는 단계와 교과서 채택여부를 결정하는 최종심사단계에서 건전한 의식을 가진 제3세력들의 대거 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 특히 역사를 구성하는 정치사, 경제사, 사회변천사, 과학기술사, 전쟁사 등의 원로급 전문가와 경륜을 갖춘 언론인들을 참여시켜 역사교과서의 왜곡 집필을 제도적으로 차단시켜야 한다. 또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서 국민들의 냉엄한 심판까지 받도록 해야 한다.

둘째, 역사는 계급간 투쟁이나 갈등으로 기술되고 가르쳐선 곤란하다. 올바른 역사교육은 앞서간 사람들의 공과(功過)를 공부하면서 계승 발전할 것과 반면교사로 삼을 것을 동시에 배우고 익힌 다음 자신과 사회, 국가, 세계를 향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할 지 고민하게 해야 한다. 따라서 역사교과서는 분열과 대립의 DNA를 주입시키는 게 아니라 통합과 코피티션의 글로벌 마인드를 심어줄 수 있도록 집필되고 또 그렇게 가르쳐야 옳다. 이것은 선진국들의 역사교과서가 보편적으로 추구하는 역사교육의 목표이다.

조선의 마지막 총독 아베 노부유키는 "우리는 패했지만 조선은 승리한 것이 아니다. 장담하건대, 조선민이 제정신을 차리고 찬란하고 위대했던 옛 조선의 영광을 되찾으려면 백년이란 세월이 걸릴 것이다. 우리 일본은 조선민에게 총과 대포보다 무서운 식민교육을 심어 놓았다. 서로 이간질하며 노예적 삶을 살 것이다. 나는 다시 돌아올 것이다"라는 저주를 퍼붓고 일본으로 떠났다. 대립과 갈등을 부추기는 우리 역사교과서를 보면서 천상에서 웃고 있을 아베 노부유키를 생각하노라면 등골이 오싹해진다. 이제는 부끄럽지 않은 역사교과서를 만드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지 발행체제를 놓고 불필요한 논쟁을 할 때가 아니다.


글쓴이; 김덕수 교수(공주대 일반사회교육과)
연락처; 010-8802-82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