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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목소리는..
작성자최문옥 작성일2015-08-05 12:34:13 추천0 조회2228


오늘도 어김없이 직원들의 다급한 목소리로 하루를 시작 한다
"고객님! 여기는 농협 전화사기대응팀입니다. 방금 전 00님께 5백만원 송금하신거 있으시죠!
혹시 저리로 대출 해 준다는 전화 받으시고
대출 조회 기록 삭제비용으로 송금한 건 아닌지요?
그거 보이스피싱 사기입니다. 조회기록 삭제비용 같은 건 없습니다.
저희가 고객님께서 송금한 돈 인출 안 되도록 지급정지 했으니까,
얼른 신고 하셔야 됩니다."

내가 일하는 사무실의 풍경이다.
지난 달 까지만 해도 보이스피싱의 이용되는 대포통장은 예금주가 사기범의 말에 속아서
(취업에 합격되었다는 소리에 한껏 부풀어 있는 취업생에게 회사 출입증을 만들어야 하니,
은행계좌의 카드를 보내주면 카드 겸 출입증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해 주겠다.
또는 부업 안내장을 보고 전화한 주부에게 부업에 필요한 부속품을 주려면 보증금이 필요한데,
일단 은행계좌 카드를 보내면 보증금이 입금 되었나 확인 후 부업에 필요한 부속품도 보내 주고,
부업한 대금도 입금해 주겠다는 아주 그럴싸한 이유를 대며)
카드를 양도받아 대포통장으로 활용 하였는데, 이미 많은 대포통장 명의인들의 뼈아픈 경험과 다양한 학습을 통해,
그런 방법으론 더 이상 사기범들이 원하는 만큼 대포통장을 구할 수 없게 되자
새로운 사기 수법이 등장하고 있다

자금이 필요한 서민들에게 전화를 걸어 저리로 대출을 해주겠다며 은행 계좌번호를 받아 필요한
대출금을 입금해 주는 대신, 필요자금보다 몇 배의 자금이 입금되면 그 차액을 되돌려 달라는
방법으로 대출이 필요한 사람의 계좌를 대포통장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이런 제의를 받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약간 의심은 가지만, 일단 내 계좌로 돈을 받으니 괜찮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은행 계좌번호를 알려 주지만
이런 경우에도 어김없이 대포통장 명의인이 되는 낭패를 겪게 된다


내 계좌에 모르는 사람으로 부터 돈이 입금되는 순간, 대포통장 명의인이 되고, 사기피해자의
신고가 접수되면 바로 은행연합회의 전산망을 통해 모든 은행의 비대면 거래
(ATM기 이용, 인터넷뱅킹, 텔레뱅킹 등)가 중단되며, 1년간 전 금융권의
입출식 통장 개설이 중단되는 것이다
또한, 피해자의 신고가 접수된 경찰서에서 조사까지 받아야 하는 여러가지 유쾌하지 않은 일들과,
불편함을 겪게 된다

농협도 고객의 불편함을 초래하면서까지 금융사기를 예방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실행하고
있지만 여전히 금융사기는 일어나고, 금융사기 피해자가 줄지 않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금감원의 보이스피싱 지킴이 싸이트의 "그놈의 목소리", "그녀의 목소리" 라는 제목으로
등재된 사기범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본 소감은
낮은 저음의 "부산 지방 검찰청 입니다" 라고 시작되는 첫 멘트 에서 상대방을 제압하는
위압감을 느꼈으며,
침착하고, 또박 또박한 발음으로 사기 수법의 다양한 멘트를 쏟아내는 그녀의 목소리에서
“아무나 당할수 있겠구나” 하는 불안감을 느꼈다.
많은 금융사기 피해자들이 깜쪽 같이 당한 “그 놈의 목소리” 든 “그녀의 목소리”를
청취하길 권 해본다

농협도 영업점 객장에서 사기범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하는 방법을 추진하고 있다
그들의 수법이 얼마나 정교한 멘트로 진행되는지, 어떤 목소리로 상대방을 제압하는지를
한번 경험해 보고 주변인들에게 알려주는 것도 좋으리라
금융사기 피해자가 한명도 안 생기는 그 날이 오늘이기를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