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뉴스에 따르면 한국 아동의 삶의 만족도가 OECD 회원국 중 최하위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성인의 자살률도 OECD 국가 중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아동의 삶에 대한 만족도를 낮춘 요인으로는 학업 스트레스, 학교 폭력, 인터넷 중독, 사이버 폭력 등이 꼽혔다. 초등학교 때부터, 아니 유치원 때부터 집-학교-학원 세 군데를 왔다 갔다 하는데 그 누가 행복하다고 하겠는가.
사실 우리나라의 이러한 무한경쟁체제는 불가피한 부분이다. 수출과 수입이 국민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인 대외의존도가 100%를 넘고, 자연자원이 거의 없이 인적자본으로만 먹고 살아야 하는 대한민국 경제의 특성상 석유 등의 천연자원이나 관광자원 등이 풍부한 아랍 국가나 몇몇 유럽 국가 등과는 달리 말 그대로 ‘공부만이 살 길’인 것이다. 오늘날의 어린이부터 고등학생을 고통받게 하는 지나치게 높은 교육열, 성인이 되어서도 대부분이 대학에 진학하고 더 깊은 배움을 위해 대학원에 다니고 심지어 직장을 가진 사람들도 자기계발을 위해 영어학원을 다니는 이유는 바로 인적자본과 기술에 의존하는 한국의 경제적 특성 때문이다.
그런데 과연 이것만이 대한민국 국민의 삶의 질이 낮고 자살률이 높은 이유가 될까? 자살을 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삶이 어려워서이다. 그 어려움의 이유는 물질적인 것이 될 수도 있으며 정신적인 것이 될 수도 있다. 자살은 사회적으로 많은 비용을 야기한다. 주변 사람들의 엄청난 슬픔부터 시작해서 자살 시도자를 병원으로 옮기는 데, 시신을 처리하는 데 드는 비용까지. 이처럼 자살은 많은 사회적 비용을 야기하기에 자살 방지 캠페인도 하고 공익광고도 하는 것일 것이다. 자살을 막기 위해선 ‘살고 싶은, 살기 좋은’ 환경이 마련되어야 한다. 사실 따지고 보면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낮은 이유도 높은 자살률의 원인과 일맥상통한다. 살기 안 좋은 환경에서 누가 자녀를 낳고 싶어하겠는가.
자살을 하지 않게 만드는, ‘살기 좋은’ 환경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자살의 원인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겠다. 자살의 원인은 연령별로 다양하다. 10대 자살의 가장 큰 원인은 성적 문제, 20대는 경제적 어려움과 직장 문제, 30대에서 50대는 경제적인 문제와 가정불화, 60대 이상은 경제적 어려움과 건강문제가 가장 높은 이유를 차지한다. 10대를 제외한 모든 연령대에서 경제적 어려움이 자살의 가장 큰 원인이다.
10대의 자살 원인인 성적 문제는 지나치게 많은 대학을 국가적으로 나서서 정리하고 정말 학문에 뜻이 있는 사람만 대학에 진학도록 하고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는 더 이상 대학입시를 위한 과정이 아닌 전인교육이란 목표를 달성하는, 언수외 문제를 푸는 기계가 아닌 사람과 사람 간 관계의 소중함과 세상의 아름다움에 대해 배우는 하나의 인격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학 교육도 마찬가지이다. 대학은 취업을 준비하는 곳이 되어선 안 된다. 대학 교육에서 배우는 것을 기업 실무에서 사용하는 비율이 얼마나 되겠는가. 직업 교육은 회사의 몫으로 돌려도 충분하다. 지금의 사교육, 지나치게 높은 대학 진학률로 인한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가정으로 돌릴 수 있다면 개개인의 삶의 질은 크게 높아질 것이다.
경제적 어려움은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가? 조세제도 개혁을 통한 소득 불평등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한국의 조세로 인한 소득 불평등 개선 효과(세전 빈곤율-세후 빈곤율)는 0.024%P로, 프랑스, 핀란드, 독일, 벨기에 등의 상위권 국가가 0.2%P를 넘는 것에 비하면 소득 불평등 개선율이 매우 낮다고 볼 수 있다. 누진세를 보다 강하게 적용해야 할까? 현재도 우리나라의 누진세율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법인세를 인상하여 기업에서 돈을 걷어야 할까? 국민소득 중 가계가 차지하는 비율이 상당히 낮은 우리나라이지만 법인세 인상은 기업의 매출 감소로 이어지고 이는 곧 비용절감을 위한 구조조정 및 해고로 이어지기에 결코 개별 가계에게도 이롭지 않을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자영업자들에 대한 세금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제대로 신고를 하지 않아 탈세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공무원이나 회사원 등 소득이 투명하게 드러나는 사람들에게만 받아낼 것이 아니라 현재 내야 할 만큼의 세금을 내지 않는 사람들에게 우선적으로 세금을 걷는 것이 조세정의에 더 부합하지 않을까 싶다. 이러한 조세개혁을 통한 세수입을 빈자에 대한 복지와 실업급여 등에 투자한다면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한 자살 방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경제적 어려움이 자살률의 가장 큰 원인이 된 이유에는 우리 삶에 닥쳐온 갑작스러운 자본주의적 사고방식이 있을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는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하여 있다. 돈만 있으면 가장 살기 좋은 나라가 바로 우리나라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우리나라와 상당히 반대적 성향을 띄는 나라 중 하나가 바로 스페인이다. 스페인은 높은 실업률을 자랑(?)한다. 심지어 청년실업률은 60% 정도에 육박한다고 한다. 그럼에도 스페인 사람들은 여유롭다. 12시부터 2시까지는 낮잠을 즐기고 가게는 저녁 6시면 문을 닫는다. 그 때부터는 지인들과의 술자리와 담소가 이어진다. 그럼에도 이 사회가 유지되는 이유로 끈끈한 가족간의 정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가족 구성원 중 누군가가 실업자고 백수라도 돈을 벌거나 실업급여를 받는 구성원의 수입으로 가족이 사이좋게 나눠서 쓴다고 한다. 과거 ‘정’과 ‘상부상조’라는 아름다운 가치를 갖고 있던 우리나라의 현재 모습은 어떠한가. 자식은 서로 부모를 봉양하지 않으려 하고 넘치는 교육열 속 자식교육만을 위해 노후대비를 하지 못한 부모 세대는 경제적 어려움에 봉착하게 된다.
앞만 보고 성장만을 향해 달려온 대한민국. 이제까지의 경제적 성과는 좋았으나 이제 한 번쯤은 뒤를 돌아보고 여유를 가질 때도 된 것 같다. 행복한 인생이 성공한 인생이지 성공한 인생이여야 행복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