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제3조의 영토조항은 대한민국이 완성국가임을 전제로 하여 제헌헌법이래 줄곧 헌법전에 규정되어 있었다. 반면에 평화통일조항은 1972년의 이른바 유신헌법 당시에 대통령이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성실한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는 등 처음으로 헌법전에 규정되기 시작하였으며, 현행헌법은 제4조에서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고 하여 보다 분명한 평화통일에 관한 원칙규정을 두게 되었다. 그런데 영토조항에 따르면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보게 되어 이는 북한의 실체를 인정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평화통일조항과 부딪친다.

또한 영토조항은 남북한이 UN에 동시가입하고 남북기본합의서를 채택하고 남북정상회담을 하는 등 남북관계의 현실변화에 따른 통일정책의 실제와 다르다. 영토조항은 분단을 부정하는 입장에서 규정한 것이고 이는 분단현실의 인정을 전제로 한 평화통일조항과 논리적으로 모순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어왔다. 이에 관하여 여러가지 학설이 있는 것은 변론으로 하고 내 개인적인 생각을 말하자면 나는 이 부분을 입법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영토조항은 평화통일조항과 서로 모순되기 때문에 영토조항을 개정함과 동시에 평화통일조항을 삭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헌법재판소의 판례를 보면 현단계에서 북한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대화와 협력의 동반자임과 동시에 대남적화노선을 고수하면서 우리 자유민주체제의 전복을 획책하고 있는 반국가단체라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어려운 용어와 문장을 사용하여 정확히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기 힘들지만 한마디로 북한은 우리와 동반자이되,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적이라는 말이다. 나는 이것이 당최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누가봐도 함께 사용할 수 없는 의미를 억지로 끼워넣는 느낌이다. 물론 북한이 우리나라와 필연적인 관계에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애매모호한 입장을 취할 수 있을까. 이제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많은 논의와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고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겠지만 적어도 한 나라의 최상위 법인 헌법에서만큼은 분명하고 확실한 색깔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