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병역기피 사건이 지난해에 이어서 또다시 발생했다. 공인이 병역을 기피하는 사건이 이렇게 빈번히 발생하는데 공인이 아닌 일반인들 사이에서는 병역을 기피하려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는건 짐작할수 있는 얘기다.
이에 최근에는 국적법을 시행을 앞두고 다른 나라 시민권을 찾아 떠나버린 사람들에게 온 국민이 분노했다. 누구는 군대에서 2년을 힘들게 보내는데, 누구는 군대까지 면제받고 더 나은 환경에서 교육까지 받으니까 말이다. 남들은 다 하는 국민의 의무를 저 혼자 저버리겠다니 국민들은 국적을 포기한 사람들에게 돌을 마구 던졌다. 국적을 포기한 다수가 교수, 대기업 임원, 변호사, 정치인 등 사회 지도층의 자녀란 언론의 보도에 국민의 실망은 더욱 커졌다. 많이 배우고 소위 '있는' 사람들이 더 무섭다는 말을 확인시켜 준 셈이다. 어쩌면 ‘노블레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는 커녕 국민으로서의 의무도 지키지 못하는 이들에게 큰 비난이 몰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국적을 이탈한 모든 사람들이 이토록 심한 비난을 받는 것이 과연 타당할까? 유독 그들이 다른 사람보다 이기적이기 때문에 국적을 버린 건 아닐 것이다. 자기들도 기회만 되면 국적을 포기할 것이란 말은 '없는' 사람들도 비슷한 조건에 처하면 똑같은 행동을 할 것이라는 얘기다. 유독 '없는' 사람들이 애국심이 투철해서 군대를 가려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어느 한쪽이 더 잘났거나 못된 인성을 가지지 않는 이상 국적을 포기했다는 자체를 두고 그 사람의 도덕성 자체를 비난하려 들어서는 안 된다.
물론 사회 지도층으로 불릴 정도로 높은 지위에 있다면 일반인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겠지만, 문제는 우리 사회에는 '노블레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 라는 의무의식 자체가 없다는 것이다. 다소 삶의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더 높은 사회적 책임을 요구받는 것은 당연한 이치지만 있는 사람의 사회적 의식 수준과 없는 사람의 사회적 의식 수준이 별반 다를 게 없단 얘기다.
국적을 쉽게 내던지는 이들의 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이들이 죗값의 전부를 뒤집어 쓰는건 부당하다. 불신 사회의 책임은 있는 사람 뿐 아니라 없는 사람에게도 마찬가지다.
국적법이 발효됐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하고 다른 나라의 국적을 취득한 사람에게 비난의 말을 쏟고 있다. 하지만 이들을 막아서며 한번쯤 우리사회의 비도덕함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어봐야 공평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