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직원공제회는 교사들을 단골 고객으로 확보하고 영업을 하므로 일반 금융기관에 비해 절감되는 운영비를 교사들에게 돌려준다고 홍보했다. 실제로 은행보다 낮은 이율로 대부해 주었고 예치금에 대해서는 높은 이율을 적용해 주었으며 교사들의 경조사에는 부조금을, 주택이 파괴되는 재난에는 보상금을 주었다. 그래서 공제회를 절대적으로 신뢰했으니 11년 전에 공제회의 ‘종합복지급여’라는 보험에 함정이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할 수도 없었다. 낚시에 걸려드는 물고기가 낚시꾼을 고맙게 여긴 것과 같은 꼴이었다. 내가 그들의 홍보요원을 직접 대면할 기회가 있었던 것이 함정에 빠지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는데 그것은 홍보라기보다는 사기행각의 바람잡이 역할이었던 셈이다. 나는 공제회의 ‘학자급여’라는 일종의 보험에 가입했다가 만기 후에 원금과 배당금을 받았던 바 있었는데 공제회에서 발행하는 신문광고를 보고 다른 업체의 보험보다 당연히 유리할 것이고 최대한의 고액으로 가입하는 것이 더욱 유리할 것으로 판단했기에 납입금이 무리한 부담이 되는 이 보험에 가입했다. 당시 월 불입금 4십만 3천원의 소멸형 보험이라면 가입자가 건강 진단을 받도록 요구하는 것이 필수이고 우편을 통한 계약체결은 안 되고 담당자가 가입자를 직접 만나 보험 내용을 충분히 설명해 주어야 하며 증서에는 해당 사항이 없는 것을 등재해서는 안 되며 가입 후에도 이 보험을 계속 유지할 것인지 다른 종류의 것으로 전환할 의사는 없는지 정기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하는데 공제회는 이런 것을 무시하고도 비열한 수법을 동원했다. 신청서 작성 2개월 후에 받아본 증서에 ‘저축성 급여’라는 것이 있으니 신청서의 저축성 난에 가입표시를 안 했던 것은 생각하지 못하고 저축성도 포괄하는 보험인 줄 알았다. 안내사항에 ‘가입사항을 확인하고 착오나 의문점이 있으면 문의하라’는 문구는 가입자에게 착각을 유도해 놓고 책임 전가를 시키려는 수법이었는데 교육부 산하 단체가 이렇게 비열하리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어서 착오가 있을 리 없다고 증서 내용을 그대로 믿었다.
연말 정산 서류를 발급해 주지 않기에 가입자에게 유리한 보험이어서 세금 감면이 안 되는 줄 알았다. 5년 뒤부터 이 서류가 발급되었는데 ‘소멸형’이라는 큰 글자가 있었다. 보험 전문 용어로서의 그 뜻을 정확히 몰랐던 것은 교사로서 부끄러운 일이나 “소멸이 없어진다는 말이잖아요?”라고 공제회에 문의했더니 “예”라는 대답만 들을 수 있었다. 외환 위기로 망해버린 금융기관도 있으니 운영이 어려워져 이제부터는 배당금이 없어지게 되어 세금 감면을 받을 수 있게 상황이 변한 것으로 생각하고 무엇이 얼마나 없어진다는 것인지 따져 묻지 못한 것이 나의 약점이 되었는데 나는 증서 내용을 믿었기 때문이었고 만기까지 와서야 이 보험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그들은 가입자가 속았다는 것을 뒤늦게 알아도 법적으로 문제 삼지 못하도록 시효를 넘겨 5년 후부터 이 서류를 발급한 것인데 이런 사기 수법은 꿈에도 생각할 수 없었던 것이다. 나는 이것이 외환 위기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으니 첫해부터 그 서류를 발급했다면 그런 착각은 했을 리가 없다.
그들은 그 당시 저축성 보험은 없었고 소멸형 뿐이었다고 했는데 책임 전가용으로 제시한 당시의 홍보자료에는 저축성 보험 안내가 있으니 이상하지 않는가? 홍보자료를 사전에 배포했기 때문에 가입자가 이 보험의 성격을 알았을 것이라고 했는데 잡무에 시달리는 교사들이 그들의 홍보자료를 읽어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인가? 그들의 자체 발행 신문광고는 공짜 좋아하는 인간의 심리를 자극하는 과장광고였으니 홍보와 광고가 별개의 것인가? 그 광고를 보관하지 않은 것이 나의 약점이라면 이것이 정상인가? 나는 가입 당시에 약관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약관이라는 것이 있는 줄도 몰랐다가 만기 후에 요청하여 복사본을 받았다. 약관에는 중도 해약시 환급금에 대한 내용은 있어도 만기 후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으니 만기까지 가는 것이 해약하는 것보다 유리할 것이라는 상식적인 판단이 가능하므로 약관을 그 때 받았다 해도 이 보험의 성격을 알 수 없었을 것이다.
가입자의 무지에 책임이 있다 해도 이 보험은 ‘흉기를 안 든 강도짓’에 비유할만하다. 가입자가 사고를 당하는 경우 보험금이 최고 3억이라고 했는데 일반 보험회사의 경우라면 15억까지이며 무사히 만기를 지내면 원금의 30%정도를 환급하는 부유층 대상의 고액 보험이라고 한다. 나는 신청서를 공제회측이 전화로 시키는 대로 작성했는데 신청서에는 총 불입금이 4만 3백원으로 기록했다. 보험 전문가에 의하면 내가 만일 사고를 당했을 경우 이것에 의거해서 보험금을 제대로 받지 못했을 것이라고 한다. 민주화에 성공했고 인권이 신장되었고 도덕 교육이라는 것이 있는 문명국이라고 하는 나라의 교육부 산하 단체가 교원 복지 기치를 걸고 이게 무슨 짓인가? 마치 도둑이 성범죄를 추가하면 피해자가 수치심 때문에 신고하지 못하는 심리를 이용하듯이 보험에 무지한 교사들을 우롱해도 선생 체면에 무지가 드러나는 것이 두려워 항의하지 못할 것을 계산한 수법이 아닌가?
교육부에 민원을 제기했더니 공제회 보험 과장을 만나도록 주선해 주었다. 그는 ‘가입자 유의 사항’이라는 별지를 보여주며 이것을 약관과 함께 보냈는데 보관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여기에는 만기 후에 환급금이 없다는 내용이 있는데 이것은 그야말로 가입자를 바보 취급하는 것이었다. 그것이 언제 만들어진 것인지(최근에 책임 전가용 땜질 처방으로 날조한 것인지) 과학적으로 입증할 수 있다고 하니까 그것에 대해서는 더 이상 언급하지 않고 업무 처리상의 미숙,실수를 인정하지만 법을 통해서만 해결이 가능하며 내가 소송을 걸면 원금의 최고 70%의 환급 판결이 날 것이라고 했다. 법적 시효는 이미 지났으니 이것 역시 우롱에 불과했다. 실수를 인정한다면 도덕적 해결도 가능할 텐데 그는 나중에 그런 말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그리고 ‘가입자 유의 사항’을 가입 당시에 보냈었다고 생떼를 썼다.
그 핵심 내용이 증서에는 없고 왜 홍보자료와 별지에만 있어야 하는가? 증서에 해당사항 없는 저축성을 등재한 것은 겸용으로 쓰게 하여 절감되는 경비를 서비스 향상에 투입하려는 목적이었다니 그래서 별지에 소요되는 종이와 증서에는 불필요한 사항을 등재하기 위한 잉크가 낭비되는데 어떻게 경비가 절감될 수 있는가? 이것은 사기꾼의 어설픈 임기응변이 아니고 무엇인가? 이 나라의 청렴도가 아프리카의 어느 나라와 동급이어서 많이 배운 자가 법망을 빠져나가는 편법에 능통하여 ‘남을 속이는 기술을 배우러 대학에 간다’는 현대판 속담이 있다지만 어느 미개국의 보험 업계에 이런 사례가 있을 수 있는가? 청와대신문고 등 몇몇 기관에 민원을 제기했더니 담당 부처인 교육부에 이첩하고 교육부는 공제회에 이첩하여 일임하는 것이 임무 수행이라니 이게 무슨 감독인가?
교육부에서 소위 만만한 교사들이 당한 이런 비리를 척결할 의지만 있다면 ‘가입자 유의 사항’이라는 문서가 언제 만들어진 것인지, 이 보험이 어느 정도 부당한 것인지 밝힐 수도 있겠지만 교육부는 허수아비 아니면 동조보다 나은 것이 무엇인가? 교육부 홈페이지 ‘부총리와의 대화’창에도 2차례 민원을 제기했으나 ‘답변 완료’라는 처리는 공제회에 이첩하는 것이었다. 이 사실을 부총리와 공제회이사장이 알게 해 달라고 전화로 요구했더니 그런 조건을 일일이 들어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부총리와의 대화라는 것이 빛 좋은 간판에 불과한 것인가? 공제회에 이사장과의 면담을 요청했더니 실무진에서 한 일이어서 이사장은 모르는 일이라고 했다. 그들이 변명으로 보낸 서류는 이사장 결재가 되어 있는데 결재자가 그 서류 내용을 모른다면 그들이 제대로 일하는 집단인가? 공제회 역대 이사장 중에는 교육부 고위직을 지낸 분도 있었다는데 교육부가 이런 자들을 산하에 두고 도덕 교육, 부적격 교사 운운할 권위가 있으며 국가기관청렴도 평가에서 최고 등급을 받았다고 자랑스러워할 체면이 있는지 묻고 싶다.

이창덕. 전화052 296 8787. leechang8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