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근교에 있는 대전차 방벽들이 하나 둘 사라지고 있다.
남북교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어 전쟁 위기감이 사라진데다가 교통의 흐름을 방해하고 미관상 보기 좋지 않다고 하여 제거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현재의 시대상황에 비추어 볼 때 대전차 장애물을 제거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
하지만 그러한 대전차 장애물 등을 과거 군사정권 시대의 유물로만 인식하려는 데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

수도권을 포함한 전방지역에 각종 진지와 장애물 등을 구축한 것은 과거 6.25전쟁 당시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고 있다가 적군의 침략에 파죽지세로 밀렸던 아픔이 있었기에 다시는 그런 아픔을 겪지 않기 위해 마련한 대비책인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군사시설을 군사정권 유지차원에서 만든 것처럼 여긴다는 것은 분명 잘못된 생각이라고 본다.

만일 그렇다면 과거 삼국시대나 조선시대 때 적의 방비에 대비하여 각 지역에 축조했던 성곽들도 모두 없애버려야 할 것이다.
하지만 남한산성이나 행주산성 등은 지금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보존하고 있지 않는가? 왜냐하면 그들 산성이 당시 왕조를 지키고자 해서 만든 것이 아니라 바로 이 나라, 이 땅 그리고 백성들을 지키고자 해서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제거되고 있는 대전차 장애물도 그저 흉물스럽다고 여기기 보다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 만든 산성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