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험에 응시했던 수험생의 말이었다. ‘영어회화는 기본적인 쉬운 단어로 가능한데 실제로는 안 된다’와 일맥상통하는 말이다. ‘어떤 사람이 학교에서 문법위주로 공부를 했기 때문에 해외여행에서 햄버거를 사 먹겠다는 말도 못했다고 하니 회화 중심의 영어 교육을 해야 된다’고 주장하는 학생은 종래의 교육에 문제가 있기는 했지만 배운 것을 절반 정도만 기억할 수 있어도 소위 ‘벙어리는’는 면할 수 있는데 그 책임은 복습을 소홀히 한 학습자에게 있다는 것을 알아야 될 것이다. 복습은 읽어서 기억하는 것이며 이 경우에는 암기 위주의 교육이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도 외국인 앞에서 영어로 입 좀 열어 보자. 500 단어로도 회화를 한다는데 우리는 5000 단어 이상을 배우고도 왜 벙어리가 되어야 하는가?”
어느 교육 관계자의 말이었다. yes는‘예’, no는‘아니오’라고 아는 것으로 단어 둘을 배운 것이라면 5000 단어 이상을 알아도 ‘진주 3말을 꿰지 않은 것’과 같을 것이다. no가 ‘예’가 되는 경우가 있듯이 단어마다 다양한 뜻이 있는 것 모두에 숙달되어 500 단어를 활용할 수 있다면 제한된 범위에서나마 회화가 가능하여 5000단어를 대강 아는 것보다 유리한 것이다. 이것을 건축공사에 비유할 수 있는데 애초에 단층으로 설계했다면 완공이 가능해서 초라하나마 이용 가치가 있겠지만 고층으로 설계했다가 공사가 중단되면 건물의 구실을 할 수 없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러니까 장차 영어를 깊이 공부하지 않을 학생에게는 회화 중심의 학습을 시키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는데 문법이 언어의 골격이라는 점은 알아야 된다.
언젠가 미국의 잡지 'Life'에 ‘get은 마법의 지팡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있었다는데 get이라는 단어의 다양한 활용법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의미일 것이니 소위 기본 단어는 쉬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 외국어 학습의 기본 상식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