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금융자유화문제


한·미 FTA 문제가 한참이다. 그간 한·미 교섭에서 금융 자유화 문제는 일단 합의 한 것 같다. 그러나 이 문제는 모든 교역의 근본이고, 경제와 정치 그리고 안보와 직결되는 문제이므로 더욱 신중히 검토해서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
우리는 '97년 IMF 위기때 금융 자유화를 했다. 금융 자유화는 당시의 급박한 상황에서 이루어진 것이지만, 어쨌든, 그간, 장단점이 여실히 노정되었다. 외자의 유입을 촉진하고, 산업과 노동의 기회를 주며, 무역과 소비의 질을 향상시켰다. 그러나 그 폐해도 너무 컸다. 예를 들어보자. 최근 3개월도 못되어 외국인은 거의 10조원(약 100억불)의 주식을 매도했다. 그것은 언제나 본국으로 송금이 가능한 쉽게 번 돈이다. 우리가 IMF 때 그렇게 어렵게 얻은 돈이 대체로, 10여년 상환의 100억불(10조원)이었다. 외국인은 그밖에도, 현재, 주식, 채권, 부동산, 기업 등 계산이 안될 만큼 많은 자산을 소유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무원칙한 외자도입과 금융자유화의 결과다. 통화와 금융자유화는 교역의 근본문제다. 당연히 약자를 보호하고, 제한이 가해져야 한다.
한·미 FTA교섭에서 금융자유화는, 이미 기정의 사실로 하고, 금융지사의 설치 문제 등에 대한 합의로 이 문제는 합의 보았다고 넘어 가려한다. IMF는 우리금융의 위기 때 불가항력으로 승인한 것이지만, 한·미 FTA에서 합의하는 것은 그것을 항구적으로 합의하는 것이다. 근본적이고 철저한 검토가 있어야 한다.
IMF와 한·미 FTA에서 우리가 금융자유화를 쉽게 수용한것은 환율과 화폐에 대한 기본적인 착각에서 출발한 것이다. 돈은 국내에서 무엇이든지 살 수 있고 바꿀 수 있는 태화(兌貨)상품이다. 그리고 그 가치는 각국마다 다르며, 특히 부유한 강국과 약한 국가 간에는 현저히 다르다.
예컨대, 미국의 국민총생산은 우리의 그것에 비해 30배, 40배다. 그것을 대표하는 $화의 가치는 우리의 그것보다 그만큼 크다. 그것을 우리 화폐와 동등하게 교환할 수 있게 해서는 안된다.
환율로 교환가치가 동일하게 조정되었다고 하나, 환율은 한때의 무역과 금융거래의 교환 비율이며, 무역을 위한 상품이다. 그것으로 우리 국내에서 모든 것을 구입하게 하는것은 안된다. 그리고 한·미 양국 간에는 여러 가지 사회적, 정치적 차이가 있다. 이민이 자유롭지 않고, 노동과 기술 등의 이동이 자유롭지 않다. 환율로 결정된 $화로, 그대로, 우리나라에서 화폐 구실을 하게 해서는 안된다. 강한 미국과 우리나라 사이에는 금융의 자유화에는 당연히 제한과 보호막이 가해져야 한다.
나는 한·미 FTA교섭에 대해서, 이념적 입장이나, 국수주의적 입장에서 말하는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국민으로서 국익의 입장에서 말한다. 나는 작년 6. 27. 본 조선일보 자유토론방에서 '외자의 범람을 막아야 한다.'라는 제목으로 의견을 말한 적이 있다. 아직도 그 의견에는 변함이 없으며 그때의 견해를 참고로 아래에 싣는다.


- 아 래 -



외자의 범람을 막아야한다.

('05. 6. 27.)



우리는 지금 국제화 시대에 살면서 외국 자본이 우리나라에 자유로이 출입하고 외국 기업들이 우리나라에 자유로이 투자하는 경제적 국제화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는 그래서 국제화의 혜택도 마음껏 누리고 있다. 그러나, 또한, 우리는, 정치적으로 국가 간 치열하게 경쟁하고 대립하는 국제 사회에 살고 있다. 그러할 때, 과연 우리가 구가하고 있는 이와같은 경제적 국제화와 자유로운 외자 도입이 정상적인가 하는것과, 또한, 그것이 우리의 국익에 맞고 영속하는 것인가 하는것을 다시 한번 정확하게 평가해 봐야한다.
우리가 국제화를 특별히 외친 것은, 90년대 초 김영삼 대통령 때와, 97년 김대중 대통령이 대통령으로 당선되고 IMF를 계기로 절정에 달했다. 그 이후 국제화나 외자 도입의 자유는 마치 불변의 진리이자 전 세계를 통해서 확립된 만민법과 같은 것으로 통용되고 있다. 그리고 지금은 외자의 도입에 대해서 이이를 말하거나 외자의 출입에 조그마한 규제를 가하려해도 마치 대역을 저지르려 하는 것 같이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맞는 말인가?
결론적으로 말해서 전혀 사실이 아니다.
우리가 IMF를 맞아 외자도입을 자유화한 것은 여러 가지 이유에서였다. 당시 우리는 국가 부도 위기에 직면하고 있었고, 자원이 부족한 나라로서 수출 입국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 그리고 국제화는 오늘날의 대세이며, 우리의 금융 개방은 IMF 지원의 가장 강력한 전제 조건 이였다는 것 등이다. 요컨대, 오늘날의 국제화 시대에 자본 개방은, 국가 간의 용이한 자본의 이동과, 다국적 기업의 보편화에서 보듯이, 그것은 부정할 수 없는 세계 대세의 흐름이요, 시장 경제 원리에 입각하여 결국은 모두에게 유익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선, 오늘날의 세계를 국제화시대라고 보는데는 문제가 있다. 오늘날 우리가 주장하는 국제화는 ,특히, 과거 냉전 시대나, 냉전 체제에 영향을 받은 국제 경제학자나, 국제 정치경제 학자들에 의하여 강조되고 있다. 그러나, 국제 정치나 안보를 전공한 학자나, 정부의 책임 있는 지도자들은 이와같은 국제화를 그대로 신봉하는 이는 없다. 다만, 그것이 그들의 국익이 된다고 하는 점에서 이이를 말하고 있지 않을 뿐이다.
오늘날의 세계는, 미·러 간의 경쟁적 안정 관계를 위시하여, 모든 국가는 생존을 위하여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거나 다극화를 지향하고 있다. 그러므로,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주장하는데 전제가 되는 국제화는 현실 국제 사회와는 아무러한 관계가 없다. 그것은, 다만, 자본 도입국가의 경제적 이익이 된다고 하는 것 뿐이다. 그리고 이와같은 주장도, 일률적으로 말할 수는 없고, 각 국의 경제력에 따라 큰 차이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경우, 외자 도입이, 과연, 우리에게 손해보다 이익이 되고, 국가가 통제할 수 없어도 좋을 만큼 큰 이익을 갖다 주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고 본다.
우리의 경우, 외자 도입의 전면 개방은, 그 조건이 성숙 되어 있지도 않았고, 또한, 지극히 불공평했다. 그 결과 우리는 오늘날 참을 수 없을 만큼 큰 불 이익과 위험에 빠지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의 국제 사회를 전제로할 때, 외국 자본은, 일정한 환율을 적용 할 때에도, 그대로 국내 화폐와 같이 인정 할 수는 없다. 국가 간에 국경이 없고, 모든 인민이 자유로이 국경을 넘나들며, 직업을 가질 수 있다면, 당연히,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과, 수요 공급의 원칙에 따라 외국 자본도 국내 자본이나 화폐와 같이 무제한 이동하는 것은 환영해야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 국제 사회는 이와는 정반대다. 오늘날 국제사회는 엄연히 국경이 있고, 우리가 국경을 넘으면, 그 순간부터 국민으로서의 자유나 권리는 아무것도 없다. 이러한 국제적 현실에서, 외화만 우리나라에서 모든 것을 구입할 수 있는 화폐와 같은 구실을 하고, 예컨대, 비교우위가 있는 우리 노동은 그 나라에 전혀 팔 수가 없다면, 그것은 우리에게 너무 불리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외국 자본은 화폐가 아니다. 하나의 상품에 불가하며, 그에 따르는 규제가 따라야한다. 외화가 우리나라에서 자유로이 유통되고 화폐의 구실을 하게 하려면 적어도, 다른 생산 요소의 자유화도 같이 이루어지거나, 적어도 그 이후에 이루어 저야 한다.
그리고, 또한, 일정한 환율을 적용할 때에도, 국가 간 경제력이 비슷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외화를 국내에서 그대로 무제한 국내 화폐와 같이 사용하게 하는것은 지극히 불공평하다.
예컨대, 미국과 일본의 연간 국민 소득은 우리의 수십 배다. 기존의 축적된 국부를 고려한다면 그 차이는 엄청 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시점의 교환 비율을 거친 같은 자본이라고 하여, 우리나라에서 무제한 자유롭게 유통하게 하고, 모든 것을 자유로이 구입하고, 그 결과로 얻은 과실을 자유로이 국외로 반출 할 수 있게 하는것은 공평한 자본의 경쟁이 아니다. 그것은 자유로운 시장 경제가 지향하는 바도 아니다. 그러므로, 오늘날과 같은 국제 사회를 전제로하고, 경제적 능력이 크게 차이가 나는 국가 간에서는, 그 유통은, 단순한 환율 외에, 일정 기간, 국가 경제가 비슷해 질 때까지, 어느 정도 규제하고 제한하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외자 도입을 제한하거나, 기존의 외자를 통제하는 것은 현실적인 위험이 있다. 이것이 바로, 어떤 면에서, IMF때 우리가 IMF의 무자비한 조건을 받을 수밖에 없었든 이유이었다. 그러나 이와같은 경제적인 위험은 국가의 존립이나 중대한 국가적 이해라는 점에서 볼 때에는 문제가 될 수 없다. 아무리 무역이 안되고, 국가 부도의 위험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기업이 있고 국가가 존재한다는 것을 전제로하는 것이다. 우리가 아무리 수출 지향적이고, 외자가 노동의 기회를 준다고 해도, 기업이 송두리째 외국인의 손에 넘어가고, 노동 조건이, 불공정한 외국 자본에 끝없이 시달리고, 따라서, 국가의 경제 주권이 위협받고, 국가의 장래가 보이지 않을 때는, 기업과 국가와 사회를 지키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이익은 없다. 이때에는 당연히 외자의 도입과 자유를 규제하면서, 그 어떤 외부의 경제적 위협이나 당근도 극복하고, 올바른 경제 협력과 무역 관계를 만들어 가야한다. 그것이 가장 현명하고 용기 있는 일이다.
우리는 97년 IMF의 한파를 맞고, 온 국민과 정부, 그리고 모든 기업과 노동자가 눈물겨운 인내와, 노력을 해왔다. 이제 우리는 외채를 갚기에 충분한 외화를 보유하고 있고, 수출고도 높다. 그리고 일부 국민의 소비생활은 부유한 외국인에 못지 않게 윤택해졌고, 그래서 일부 외국에서는 우리의 경제회복을 평가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와같은 외형적인 성과 이외에, 우리의 국민 경제는 한없이 멍들고 있다.
IMF 이후 그동안 8년 동안에, 우리는, 다른 모든 분야도 그러하지만, 특히, 은행을 포함한 거의 모든 금융 재산의 1/3이 외국인의 손에 넘어 갔고, IMF때 어렵게 빌린 돈의 몇 배의 돈이 매년 외국으로 흘러간다. 물론 그만한 돈이 다시 유입은 된다고는 하지만 그것은 다시 우리의 기업에 대한 사냥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모든 기업은 외국인의 지배와, 적대적인 기업의 인수와 합병에 시달리고 있다. 노동자들은 불공정한 외국 자본의 횡포와 구조조정에 항상 위협받고 있고, 모든 국민은 끝없는 가난에 내 몰리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인들은 입만 열면 우리가 더 개방을 해야하고, 규제를 풀고, 노동운동을 규제해야 한다고 한다. 이른바 상습적인 채찍과 위협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고생이 이제 끝나기는커녕, 우리가 지금 잘못 하면, 정말 고생은 이제부터라고 보아야한다.
우리 기업과 노동자, 그리고, 국민과 국가의 안정과 번영의 기반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이것이 국익이 될 수는 없다. 그것은 자유시장 경제의 정신도 아니고, 생존을 보장하는 국제 정치 원리에도 반한다.
외국자본의 무원칙한 도입과 범람은 막아야한다. 그것에 대한 합리적 규제는 당연하며, 그것은 국가의 권리요, 책임이다.
불법하고 부정한 외자를 막아야하는 것은 물론이다. 그 이외의 외자의 경우에도, 그것이 몰려와, 우리의 기업이나 국력이 감당 할 수 없고, 국익을 크게 위협할 때에는, 우리 국익에 맞게 규제하는 것은 우리의 권리다. 물론, 우리가 감당 할 수 있는 외 자의 정상적인 유입이나 투자는 전적으로 환영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오늘날과 같은 국제 사회 하에서, 우리를 둘러싼 국제 관계가 좀더 긴밀해지고, 우리 경제가 좀더 낳아질 때까지, 당분간, 외국 자본의 무제한적인 개방은 제한하는 것이 옳다. 그에 따르는 모든 위협과 위험은, 현명하고 용감하게 극복 해야한다. 그리하여, 우리는 공평하고 자유로운 자유 시장경제에 입각한 국제 사회의 건설을 위하여 공헌 해야한다.
그동안, 어려운 시기에, 우리 정부와, 특히, 우리의 공무원들은 국가와 국민을 위하여 모든 노력을 다 해 왔다. 그러나, 지금 이야 말로, 그 어느 때 보다도 절실하게 그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무한한 지혜와, 용기와, 애국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