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금연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왠지 모든 사람들이 그렇다고 믿더군요^^;;)
여하튼 사실이 그렇다면 아마 저 친히 만나면 '금연'이라고 써붙인 식당은 우리 스스로 사절합니다.그리고 모여 앉으면 밥자리이건 술자리이건 돌아가면서 담배를 피워댑니다.
물론 그들이라고 규제나 담뱃값인상등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며 "담배를 끊어볼까"하는 생각을 안해보았겠습니까. 하지만 그것은 생각으로만 그칠뿐 누구하나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고 있습니다.얼마전 그런 친구들이 오래만에 한자리에 뭉쳤습니다. 그리고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사는 얘기,정치 얘기등등 얘기하다가 어느 한 친구의 담배에 관한 가족얘기를 꺼내면서 모두들 얼굴빛이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일반 대기업의 과장급으로 살만하고, 또 여느 가정과 같이 평범한 가정의 가장인 그 친구는 나름 담배의 철학을 가지고 있는 친구였습니다. 프로이트의 예를 들어 "담배가 없었다면 정신분석학도 없었다"라고 즐겨 말하던 그 친구는 평소에도 비오는 날,그리고 여행길에서 피우는 담배의 맛을 "섹스보다 더 즐겁다"고 말할 정도로 담배를 아끼는 친구입니다.

물론 자신이 그만큼 아끼는 담배만큼이나 다른 사람에게 담배연기로 인해 절대 해를 주는 것을 싫어합니다.그래서 거리에서도 담배는 절대 피우지 않고 혹시 친구가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면 되레 "담배피우지 않는 사람을 생각하라"며 준엄하게 꾸짖던 그 친구가 들려준 담배얘기는 이러했습니다.

그 친구는 얼마전 '금연'을 촉구하는 부인과의 지난한 전투(?)끝에 겨우 평화를 찾았습니다.아내의 요구대로 담배를 끊지 않는 대신 집에서는 최대한 흡연을 자제하는 것으로 부부는 정전협정을 맺었습니다. 한때 집에서도 골초였던 그 친구 입장에서는 대단한 양보였습니다. 세상의 흐름이 그런데 그 친구든 어쩌겠습니까.

그런데 얼마전부터 새로운 적이 나타났습니다. 바로 올해 초등학교 3학년인 첫째 딸입니다. 대체 무엇을 보고 배운 것인지 어느날부터 이 첫째딸이 행여 아버지가 담배를 피우기위해 베란다에 나갈려고 하면 바짓가랑이를 잡고 담배를 피우지 말라고 매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이 친구는 그저 자신의 딸이 아버지를 생각하는 '심청'이 같은 마음이겠거니 생각하고 귀여운 마음에 몇번 흡연의 요구를 참고 넘어갔답니다. 그렇데 이 딸의 요구는 더욱 집요해져갔습니다.

공원나들이등 외출시 바깥에서 담배를 피우라고 하면 어떻게 알고 따라와서 담배를 피우지 말라고 쫓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보는 곳에서 아이를 야단칠수도 없는 일이니 할수없이 담배를 버리고,아이를 달래 다시 돌아오고는 했답니다.

결국 어느날 급기야 일이 터졌습니다. 휴일 집에 있던 친구가 그날도 하루종일 참았던 담배생각에 베란다로 갔습니다. 그때 또다시 나타난 딸아이는 아버지가 베란다로 못가도록 매달리기 시작했습니다.그날은 도저히 그냥 참지 못하겠다고 생각했던 친구는 딸아이를 조금 거칠게 소파위로 밀치고 베란다로 나가 문을 열지 못하도록 꽉 잡은채 담배를 피웠다고 합니다.

그뒤 그 아이는 거실에서 큰소리로 울기 시작했습니다. 딸아이는 "이제 아버지가 빨리 죽는것이 싫다"는 둥 "아버지한테서 아주 나쁜 냄새가 나기때문에 사람들이 싫어할것"이라는 둥 서러운듯 목놓아 한시간을 넘도록 울더라는 것입니다. 결국 친구는 딸아이에게 "다시는 담배를 피우지 않을께"라는 약속과 함께 겨우 상황을 수습했다고 합니다.

그 이후 그 친구는 집에 들어갈때마다 한통의 껌을 씹는 것은 일상이 되었다. 행여 "아빠에게서 담배냄새가 난다"고 꾸짖는 딸아이에게는 "친구들이 피운 담배때문"이라고 둘러대고, 그리고 아내와의 전쟁에서 얻은 베란다의 평화(?)도 딸아이의 습격에 고스란히 빼앗기고 말았습니다.

이같은 얘기를 들려준 그 친구는 억울함을 토로하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은 해마다 건강검진을 받아오고 있고,자신에게는 나이로 인해 생기는 약간의 문제점은 있지만 담배나 기타 다른 외부적요인으로인한 질병증세는 아무것도 없다고 그 친구는 항변했습니다.

자신도 담배가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을 알기때문에 그만큼 자신의 돈을 내고 건강을 체크하는데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입니다.그런데 왜 담배를 피면 무조건 폐암으로 죽어야 되는 것처럼 오해를 받아야 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억울함을 토로했습니다.

자신의 아버지와 어머니 두분 모두 담배를 피우셨지만 90세 넘도록 장수하고 있다는 친구는 결국 자신의 주위에 일찍 죽는 사람은 도리어 담배나 술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주장까지 이어졌습니다.

누구보다 담배를 피우더라도 자신의 건강을 잘 지켜나가고 주변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는 그 친구.그런 친구가 어느날 갑자기 자신의 딸아이에게 "곧 죽은 인간"이라고 낙인찍히는가하면 사람들에게 피해만 주고 다니는 사회의 악같은 존재로 보는 냉대에 억울해서 죽겠다는 듯했습니다.

그 친구는 마지막으로 "야! 내가 일찍 죽으면 담배때문에 일찍 죽은것이라 아니라,억울해서 일찍죽은 것이다"라고 내뱉으며 일어났습니다. 오늘도 담배를 피우지 못하는 금연구역이 확대되었다는 뉴스가 들립니다. 자제와 타인의 배려속에 '섹스보다 맛있는 담배맛'을 느낄줄 아는 그 친구가 또 얼마나 충격을 받을지 걱정이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