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들어 담배 그리고 흡연자들에 대한 무차별적인 비난을 가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담배제조판매금지법에 대해 반대 의견을 공개적으로 표현하기가 참 힘든 실정이다. 흡연자들을 조금만 옹호하는 글을 쓰더라도 생각 없는 사람 취급을 당하는 것이 요즘이다. 그러나 담배제조판매금지법에 대해서만은 반대의견을 내어야 하겠기에 이렇게 글을 쓴다.

국립암센터 박재갑 원장이 입법청원한 담배제조판매금지법 입법청원서에 167명의 국회의원들이 서명을 하였다는 보도는 정말 깜짝 놀랄 일이다. 박재갑 원장은 국민 공적인 암을 치료하고 암예방을 위한 업무에 종사하는 입장에서 "담배를 아예 없애 버리자"는 이상론적 주장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보지만, 국민을 대표하여 국정을 논해야 하는 국회의원들은 이상과 현실, 그리고 법안이 미칠 효과와 부작용을 충분히 고려하여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점에서 담배금지법 입법청원서에 서명한 167명의 의원들은 반성하고 재고를 해야 할 것이다.

지난번 모 신문에 게제된 민노당 노회찬의원이 쓴 자성의 글을 본 적이 있는데 내용은 "동료의원이 발의한 법안에 취지만을 듣고 사적인 관계를 고려하여 서명을 해 주었는데 그 법안이 정식 상정되어 검토한 결과 많은 문제점이 있어 표결에서는 반대표를 던졌다"며 반성한다고 밝힌 글이었다.

아마도 167명의 의원들도 이와 같은 과정으로 서명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어느 인터뷰에서 담배제조판매금지 입법청원서에 서명을 했다는 한 국회의원이 자신은 원래 그 법안에 찬성하지 않지만 박재갑 원장이 너무 끈질기게 찾아와 서명을 해 주지 않으면 계속 찾아 올 것이라고 버텨서 일주일만에 서명을 해 주었다고 말한 내용을 본적이 있다. 반대 하면서도 서명을 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담배금지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렇게 서명을 해도 법으로 제정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라는데 국민을 대표하여 입법과정에 참여하는 사람으로서 어떻게 보면 무책임한 발상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담배금지법의 문제점은 많은 부작용이 예상되는 법안이다. 담배값을 2500원으로 올린 이후 무섭게 늘어난 위조, 밀수 담배들만 보더라도 담배금지법이 시행되면 얼마나 많은 불법 담배들이 판을 치게 될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뿐만 아니라 담배와 관련한 산업에 종사하는 수십만명의 사람들을 실업자로 만들게 될 것이고 이들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한 다른 대책 마련이 시급하면서도 사실 대안이 없는 문제라는 것이 더 큰 문제가 된다. 담배값에 포함된 많은 양의 세원은 또 어디서 충당할 수 있겠는가. 또 서민들의 주머니를 털기 위해 새로운 명목의 세금을 얼마나 더 만들어 내야 하겠는가.

법안 하나하나는 국민생활에 직접적이고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시류에 편승해서, 또는 취지가 좋기 때문에 찬성한다고 하는 것은 이유가 될 수 없다.
이런 점에서 입법청원서에 서명한 167명의 의원들은 강력히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이에 입법청원서에 서명한 의원들은 스스로 반성하는 마음으로 담배금지법의 입법청원 을 철회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