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편으로 드리는 아침의 편지

안녕하세요?
제가 여기 온지도 한 달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지금도 낯설지만 처음 보다는 많이 좋아 졌습니다.
짧은 날들이지만, 그 동안 제가 느꼈던 일들은 이러합니다. 하루는 우리 동네에 휴지를 모으는 할아버지가, 꽂아 놓은 광고 전단지를 봤는데 좋았다며 인사말을 건내길레 ‘아 그려셨어요’ 하며 저도 모르게 손을 덥석 잡고 말았습니다. 알아봐 주는 게 그저 좋았습니다. 그리고 우리 사무실 앞 동에서 열심히 경비업무를 보시며 한시도 멈추지 않고 움직이시는 키 작은 아저씨는 제가 따뜻한 차 한 잔하시자고 해도 손사래를 치며 한사코 거절하십니다. 그리고는 여의 그 허연 이를 드러내고 웃으시며 모자를 꾹 눌러쓰시고는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시는 모습이 아름답기까지 했습니다.
이 말을 하니까 생각났는데, 어떤 여교수가 택시를 타고 가는데 운전하시는 택시기사 분이 열심히 운전을 하면서 핸들을 왼쪽으로 또는 오른쪽으로 이리저리 돌리고 브레이크도 밟고 또 달리기도 하며 자기 일을 열심히 하시는 모습을 한참 쳐다보면서 그게 그렇게 좋아 보였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성실하게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은 누구나 할 것 없이 항상 아름답게 느껴지나 봅니다.
자, 이제 좀 길고 지루했던 겨울이 가고 산뜻한 봄을 우리 모두가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세탁소 아저씨는 더 바빠지며 담배 피울 시간이 없어서 점점 밖으로 나오는 모습이 줄어들고 있군요.
저도 오랜만에 계절에 맞게 오만과 편견이라는 19세기 영국 시골을 배경으로한 영화 한편을 보았습니다. 두 시간동안 엘리자벳의 편견과 다아시의 오만에 푹 빠져들었습니다. 엘리자벳이 19세기 여인같이 않게 활발하고 다아시가 좀더 멋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영상미 넘치는 수채화 그림처럼 잡은 앵글과 들썩들썩 거리며 풍성한 하모니를 자아내는 음악과 마지막에 아름다운 사랑의 이해로 끝나는 장면들이 아직도 생각하면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잔상이 오래 가네요.
이 좋은 봄날에는 무거웠던 기분들을 훌훌 털어버리고 기대에 차고 넘치는 시간들이 우리 앞에 다가왔으면 합니다. 제 아무리 어려움이 있어도 그것이 있기에 극복이 있겠지요. 어려움이 없으면 극복도 없습니다.
물이 깊어서 문제가 아니라 수영을 못하는게 문제입니다.
올 봄에는 동네 이웃들에게 아름다운 소식 승리의 소식 많았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풍림 복덕방 드림 032)347-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