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의료보험 활성화 정책- 꼭 필요한 것인가?

정부는 현재 국민건강보험의 보장범위에서 제외되어있는 일부 위험항목에 대한 보장책으로 실손형 민간의료보험(사보험)을 활성화 할 계획이다. 현재 국민건강보험의 손이 닿지 않는 부분을 사기업이 운영하는 민간의료보험에 맡기겠다는 것이다.

실손형(실제손실형)보험이란 암 등 중대 질병에 걸렸을 때 일정금액을 보상해 주는 정액형 보험과는 달리, 병․의원 을 이용할 때마다 가입자 본인이 부담한 실제비용을 보상해주는 보험상품을 말한다. 그러나 대다수 실손형 보험은 일반적인 질환을 보장한다기보다는 치명적인 상해나 암 등 고액의 치료비가 발생하는 중질환에 대하여만 보장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국민건강보험도 보험이고 민간보험사의 실손형보험도 보험이다.
하지만 두가지 보험은 엄연히 다른 성격을 뚜렷하게 가지고 있다.

그 하나가 가입조건이다. 국민건강보험은 전국민을 대상으로 사회보장의 성격에 입각하여 일정소득에 비례해서 보험료를 받는다. 사회보장적 성격을 기본취지로 하기 때문에 보험가입 대상자의 현재 건강상태에 무관하게 가입할 수 있다. 또한 국민전체가 동일조건의 동일보장을 받도록 설계되어 있으며, 보험료를 내는 국민은 전체 국민이 아닌 일정 생활수준 이상의 국민들이 내도록 되어있다.

반면에 사기업에서 시행하는 실손형 민간보험은 이윤의 극대화가 주목적이며, 가입하는 그 시점까지의 병력을 반드시 보험사에 알려야 하며, 그 특성에 따라 가입조검과 보장조건을 달리 적용하고 있다.
보험가입과 보험료 납부는 각각 개인별로 가입, 납부해야 하기 때문에 계약에서 정하여지지 않은 가족 중 누군가가 중병에 걸렸다면 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없는 단점이 있다. 더군다나 현재 아픈 환자라면 보험가입이 불가능하며, 주로 건강한 층을 가입대상으로 한다. 보장혜택의 범위에 대하여 회사와 가입자간의 분쟁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하는 문제점도 빈번하게 매스컴을 장식하고 있다.

또한 보험료 지급률은 건강보험의 경우 가입자 부담(100% 기준)에 비해 173.3%인데 반해, 민간의료보험은 이보다 3배 정도 낮은 63.2%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국민건강보험은 보험료 100원을 받아 여기에다 국고지원금 등을 더해 173.3원의 혜택을 부여하고 있는데 비해 민간의료보험은 63.2원 정도만 쓰고 있는 셈이다.

보장범위는 국민건강보험의 경우 평생 동안 모든 질환을 대상으로 진료비 상한액 없이 지원되고 있는 반면, 민간의료보험은 계약조건에 따라 보상액이 정해져 있다. 관리운영비 등을 포함한 사업비 또한 민간의료보험은 전체수입 대비 10.2%로 국민건강보험의 4.8%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건강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향상과 민간의료보험사들의 적극적 홍보에 힘입어 대부분의 국민들이 추가로 민간 의료보험에 들고 있으나, 일반적 질환의 치료에는 대부분 그 혜택이 주어지지 않으며 또한 전체 보험금 지급률은 국민건강보험에 비해 턱없이 낮다.

민간의료보험에 지출하고 있는 보험료를 국민건강보험료로 전환하여 부담한다면 현재 국민건강보험에서 보장하지 못하고 있는 일부 분야까지 100% 진료보장이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렇다 하면 굳이 국가적 정책으로 까지 사기업에서 시행하는 민간의료보험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는 것일까? 국민건강보험료의 추가 인상도 불필요하고, 비용부담의 이중부담도 해소되는 방안이 있다면 정부는 이에 대한 면밀한 정책적 검토를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