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해 11월 국무회의에서 "경제특구 내 영리를 추구하는 의료법인을 허용하며, 이 병원에서 내국인의 진료를 허용한다"는 경제자유구역법의 개정과 제주도특별자치법을 제정하여 의료산업화에 대한 정부의 시각이 드러나고 있다.

이 같은 의료시장 개방과 영리법인 허용은 의료서비스의 이원화를 고착시켜 가난한 사람과 부유한 사람 사이의 차별을 심화시켜 사회양극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현재 의료법에 의하면 "의료인 1인이 하나의 기관 개설"만이 가능하고, 운영주체로는 국가나 지방자치 단체, 법령이 정한 공공기관과 비영리법인만이 의료 법인을 개설할 수 있다. 그런데 위의 개정법률과 제정법률에 따르면 영리법인의 병원 운영, 즉 기업의 병원 운영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기업의 병원 운영이 왜 문제가 될까? 기업 즉, 영리법인은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존재이다. 이윤을 창출하여 투자자에게 더 많이 배당하기 위해 노력할 것은 불문가지이다. 더 많은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 노력하는 가운데 의료서비스의 질이 저하될 것이라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이며, 또한 비용의 측면에서 볼 때도 늘어나는 세금 부담이나 환자 유치를 위한 광고비용 등이 고스란히 진료비에 포함되어 환자의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구체적으로는 특정 검사를 많이 받게 되거나, 불필요한 서비스 및 높은 가격의 서비스 선택을 강요받게 되는 사례 등이 빈발하고, 병원의 운영비를 줄이기 위해 간호사의 수를 줄이므로써 총체적으로 영리법인의 환자 사망률이 비영리법인의 그것보다 높다는 외국의 통계도 나와 있는 실정이다.

　국민의 입장에서는 비용은 더 부담하면서 의료서비스의 질은 더 떨어지는 불합리한 현실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비용은 대폭 늘어나더라도 서비스가 나은 영리법인도 생길 것이다. 그러나 그런 병원에는 누가 가서 치료를 받게 될까? 이것이 바로 의료양극화, 의료 혜택의 차별로 이어질 것은 자명한 일이 아닌가?

　의료를 관리하는 방법과 관련해서는 어느 제도가 더 나은 지 유럽의 선진국과 미국의 예를 비교해 보면 분명하게 알 수 있다.

유럽의 선진국은 공공의료를 확대하고 공보험의 보장성을 대폭 강화해서 국민들의 의료를 확실하게 보장해주어 국민들의 만족도도 높은 반면에 미국은 선진국 중 유일하게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의료보장제도가 없어서 공적의료보장인 메디케어(medicare)와 메디케이드(medicade)에는 국민의 약 27%만이 가입하여 국가로부터 의료를 보장받을 뿐 나머지는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해서 각자 의료문제를 해결하여야 할 뿐만 아니라, 국민의 15% 가량인 약 4,500만 명은 민간보험에도 가입하지 못하여 의료보장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그 수도 매년 140만명 가량씩 증가하고 있어 의료의 평등을 전혀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사례는 본받아야 할 모범이 아니라 반면교사로 삼아야 마땅하지 않은가?

　"돈이 없어도 공평하게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고, 병이 들면 치료 받을 수 있는 사회", "치료비때문에 가계가 파탄 나지 않는 사회"는 참여정부 초기의 정책목표가 아니었던가?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정책수단이 의료의 산업화요, 의료기관의 영리법인화라는 데에는 벌어진 입이 다물수 없는 지경이다. 참여정부에 대한 후일의 평가가 염려스러워서가 아니라 양극화의 심화 속에서 고통 받을 우리 아이들이 너무나 걱정되니 부디 정부의 정책이 제자리를 찾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