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상황까지 염두에 둬야 하는 게 정부다. 의사들이 직업윤리를 저버리고 환자들에 등을 돌린다고 정부마저 손을 놓을 수는 없다.

이미 현장 의료진은 지칠 대로 지쳤고, 환자들은 수술 연기 등으로 하루하루 애를 태우고 있다. 오늘부터 간호사들도 응급환자를 대상으로 심폐소생술을 하고 응급 약물을 투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데, 어디서 구멍이 생길지 조마조마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강 대 강' 대치의 최전선에 나서는 건 대통령이 아니라 내각이어야 한다. 대통령은 만에 하나 파국으로 치달을 때 전공의들이 의료 현장에 복귀할 수 있도록 퇴로를 열어주는 최후의 보루로 남아 있는 게 맞다.

일각에선 윤 대통령이 ‘명분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자 총선을 앞두고 지지율 상승을 위해 과속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의대 증원을 관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처 최소화를 위해 출구를 찾으려는 노력까지 저버리진 말아야 할 것이다.